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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떠나는 여심’ 낙태권 논란·성추문 재판 ‘악재’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재대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여성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28일 보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성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2020년 대선 때보다 하락했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4%의 여성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대선 때 39%보다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퀴니피액대가 올해 1월 등록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58%는 바이든 대통령을, 36%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여성 지지율은 같은 기관의 지난해 12월 조사 때의 41%보다 더 하락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컬리지의 이달 여론조사에서도 여성 응답자의 53%는 바이든 대통령을, 37%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16%포인트의 격차를 드러냈다.   이 같은 성별 격차는 미 정치계서 점차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뉴스위크의 단독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다. 남성은 점점 보수화하고, 여성은 진보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의 대결이 초접전을 벌이는 상황 속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성 지지율 하락은 대선 패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 전문가들도 낙태권 논쟁이나 성 추문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이 대선일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 섀너핸 영국 서리대 부교수는 “낙태권은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며, 11월 대선일까지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는 공격적이고 마초적이며 다소 투덜거리는 스타일이어서 여성 유권자를 멀어지게 한다”고 했다.   섀너핸 부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관련 재판 역시 여성층 지지 하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으로부터 자신이 28년 전 저지른 성추행 피해자인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명예훼손 위자료 833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번 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승리한 2016년 대선 직전 전직 성인영화 배우와의 과거 성 추문이 폭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지급하고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강민혜 기자트럼프 성추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대통령 선거

2024-04-29

[아메리카 편지] 나발니와 소크라테스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푸틴 정권의 반정부 리더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2월 16일 갑작스럽게 옥사했다. 지난 20년 동안 반정부 활동을 했던 나발니는 시장 및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할 때마다 체포되거나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고, 결국 2020년 8월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에서 독살될 뻔했다. 당시 베를린의 병원으로 이송됐던 나발니는 체포 및 암살 등의 위험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치료를 마치자마자 제 발로 귀국했다. 자신은 서유럽에서 편히 살면서 러시아 국민에게 푸틴 정권에 대항해 싸우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역시 정치적인 이유로 고소돼 “청년을 부패시키고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라는 죄명으로 사형을 언도받았다. 그가 도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법도 법이다”는 신조로 사약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비롯해 기원전 5세기 말의 격동기를 거친 아테네는 친스파르타의 과두제인 30인 정권하에 있었다. 이들은 공포정치를 통해 대립 세력을 숙청했다. 1년 만에 민주정권이 복귀되면서 30인 정권에 관여한 이들 중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문제시됐다.   소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아무도 없다”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이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지혜롭다고 명성을 얻은 모든 사람과 공개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지배층의 미움을 샀다.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자각’을 통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현인들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몰랐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원적 물음이다. 나발니나, 소크라테스나 자기가 소속한 체제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졌다. 우리의 정치도 이러한 물음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소크라테스 러시아 대통령 대통령 선거 아테네 지배층

2024-03-07

[뉴스 포커스] 대선을 재미있게 관전하는 방법

“미국에도 이렇게 인물이 없나.”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한 지인이 푸념하듯 한 말이다. 그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민이라고 했다.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가가 아니라 투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한다는 것이었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무당파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마저도 없단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올해 대선은 ‘리턴매치’로 치러지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이다. 첫 대결이었던 2020년 선거에서는 바이든이 이겼으니 트럼프로서는 설욕전인 셈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리턴매치’의 흥행은 출전 선수들의 인기에 비례한다. 과거의 명성만으로는 흥행에 성공하기 어렵다. 그런데 올해 대선 리턴매치 출전 선수들의 인기가 별로다. ‘538’이라는 여론조사 사이트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비호감 비율이 더 높다.  뻣뻣한 걸음걸이에 잇단말 실수, ‘기억력은 나쁘지만 악의없은 노인’이라는 조롱에 가까운 말까지 듣는 81세 현직 대통령과 4가지 사건으로 기소됐고 민사 소송까지 쉴새 없이 법원을 들락거려야 하는 77세 전직 대통령의 대결. 누가 이기든 4년간 미국이라는 나라를 잘 이끌 수 있을까? 냉소적인 유권자들이 갖는 의문이다.     2022년 중간선거 직후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성사될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었다. 바이든, 트럼프 모두 출마를 공식화하기 전이다. 선거가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이런 예상을 했던 것은 양당 모두에서 차기 인물군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흐르고 예상은 현실이 됐다. 별 저항 없이 두 사람 모두 손쉽게 본선 무대에 올랐다.      선거란 참 모를 일이다. 2년 전 중간선거도 그랬다. 선거 전에는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중간선거는 야당의 시간인 데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워낙 낮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 탈환에 만족해야 했다. 그때 공화당 일부에서 나온 것이 트럼프 책임론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후보들이 ‘트럼프의 지지’만 등에 없고 나섰다 실패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쉽게 ‘대선 후보’ 타이틀을 따냈다. 전직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나서는 것은 그야말로 희귀한 일이다.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이후 112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사실 한번 대선 후보로 나왔던 인물이 재도전하는 경우도 드물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 쟁쟁한 후보군이 새로 부상하고,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정계의 관례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인 배출 구조는 상당히 합리적이다. 기초부터 다져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시, 카운티 등 로컬 정부 단위의 선출직으로 출발해 주, 연방으로 범위를 넓혀 간다. 많은 정치인이 주민들과의 접촉면이 넓고 즉흥 연설에 능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다른 길을 걸었다. 부동산 사업가에서 곧장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그가 대선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런 사업가적 기질이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그는 정치 문화보다는 비즈니스 환경에 더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한다.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정치 문화를 따를 이유도, 정치적 경쟁자를 배려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반면, 바이든은 카운티 의원에서 시작해 연방상원의원, 부통령 등을 거쳐 대통령까지 올랐다. ‘엘리트 정치인 코스’를 밟아온 셈이다.      올해 대선에 관심이 없다면 ‘정치인 vs 사업가’ 구도로 후보의 공약을 분석해 보는 것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 아닐까 싶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대선 관전 대선 후보 대통령 선거 트럼프 재대결

2024-03-07

[아메리카 편지] 나발니와 소크라테스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푸틴 정권의 반정부 리더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2월 16일 갑작스럽게 옥사했다. 지난 20년 동안 반정부 활동을 했던 나발니는 시장 및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 할 때마다 체포되거나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고, 결국 2020년 8월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에서 독살될 뻔했다. 당시 베를린의 병원으로 이송됐던 나발니는 체포 및 암살 등의 위험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치료를 마치자마자 제 발로 귀국했다. 자신은 서유럽에서 편히 살면서 러시아 국민에게 푸틴 정권에 대항해 싸우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역시 정치적인 이유로 고소돼 “청년을 부패시키고 하느님을 믿지 않는 자”라는 죄명으로 사형을 언도받았다. 그가 도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법도 법이다”는 신조로 사약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비롯해 기원전 5세기 말의 격동기를 거친 아테네는 친스파르타의 과두제인 30인 정권하에 있었다. 이들은 공포정치를 통해 대립 세력을 숙청했다. 1년 만에 민주정권이 복귀되면서 30인 정권에 관여한 이들 중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문제시됐다.   소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아무도 없다”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이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지혜롭다고 명성을 얻은 모든 사람과 공개토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지배층의 미움을 샀다. 소크라테스는 ‘무지의 자각’을 통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현인들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몰랐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원적 물음이다. 나발니나, 소크라테스나 자기가 소속한 체제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졌다. 우리의 정치도 이러한 물음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소크라테스 러시아 대통령 대통령 선거 아테네 지배층

2024-03-05

다가온 선거…이런 후보에 '소중한 한표' 를

올해는 선거의 해입니다. 특히 연방의회와 주정부, 각급 지역정부 단위 선거와 함께 대통령 선거도 치러져 관심이 높습니다.   미주중앙일보는 이번 선거에서도 공식 지지 후보를 선정, 발표합니다. 한인 사회의 권익 신장과 한인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 행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공식 지지 후보는 본지 후보평가위원회의의 검토를 통해 결정했습니다.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후보들의 공약과 인터뷰 내용 등을 꼼꼼히 평가했습니다.   우선 오늘부터 11월 본선거에 앞서 3월5일 치러지는 가주 예비선거의 공식 지지 후보들을 소개합니다. 선정된 후보들은 알찬 공약과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울러 11월의 본선 진출 가능성 또한  높은 후보들입니다.     유능한 지역 일꾼을 뽑는 일에 독자와 유권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LA 시의원 재선에 도전하는 존 이(사진) 의원은 지역 정계에서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여줄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의원은 20여 년 동안 보좌관 업무 등을 통해 정치적 감각을 익혔으며 2019년 보궐선거를 통해 한인으로는 두 번째로 LA 시의회에 입성했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사상 첫 재선 임기를 맞는 한인 시의원으로 한인 이민 역사에 남게 된다. 이 의원은  줄곧 시민의 안전을 위해 경찰력 강화를 주장해왔다. 또한 지역구 내 스몰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구호 자금(Relief Fund) 조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또 시의회 내 유일의 무소속 의원으로 항상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특정 계층만을 위한 일방적인 내용의 조례안에는 과감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의회 내 공공안전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해온 이 의원은 이번 선거 공약으로 역시 시민 안전 강화와 홈리스 감소, 지역 스몰비즈니스 활성화 정책 마련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 문제는 LA시가 직면한 최대 현안들이기도 하다.  본지가 이 시의원을 공식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시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조합원 규모가 9만5000여 명에 달하는 SEIU 로컬721, LA시 소방관노조 로컬112의 지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폴 크레코리언 등 동료 의원 6명의 지지도 받고 있다. 그만큼 활발한 의정활동과 커뮤니티 밀착형 정책으로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시의원은 2020년 3월 치러진 예비선거에서는 50.61%(3만3007표)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후보 선거 대통령 선거 한인 시의원 이번 선거

2024-02-20

[발언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에 사는 사람치고 이 말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특히 조국을 뒤로하고 삶의 둥지를 미국으로 옮긴 이민자들에게 이 구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해 주는 매력적인 구호다.       이는 올해 치러지는 미국 46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의 구호다. 그는 44대 대선 때 처음으로 이 구호를 사용해 당선됐다. 이후 재선에 도전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했다.   그의 임기 4년 동안 미국은 ‘다시 위대하게’ 되었나?  국내에선 분열이 조장됐고, 국제적으로는 국가 위신이 추락한 어두운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퇴임 후에도 온갖 법적 문제로 법정을 들락거리고 있다.  이런 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대선에 나섰다.     목표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방법이다. 목표는 좋지만, 어떤 방법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것인가? 미국은 지금도 어떤 나라보다 위대하다고 볼 수 있다. 위대하게 되기 위해서는 과거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한 국가를 위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국토의 크기와 위치, 자원이고, 또 하나는 건국 정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국토의 크기나 자원보다는 국가에 뿌리를 내린 건국 정신이 그 나라의 흥망성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건국 정신은 자유를 신봉하고 타락과 부패를 멀리하는 청교도 정신, 개방과 포용, 그리고 민주적 절차로 만들어진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봉사 정신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건국 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되었을 때 미국은 위대한 국가로서 인정받으며 세계의 리더 국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44대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의 건국 정신 실현 노력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본인 이익을 위한 허위 주장들로 신의를 저버렸고 개방과 포용 대신 폐쇄와 배척으로 국제적 고립을 불러왔다. 국내적으로도 이해 집단 간 분열이 심화했으며, 그는 민주적이기보다는 권위적인 리더십을 행사했다. 또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함으로써 의사당 폭도 난입 사태를 불러왔다는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트럼프는 퇴임 후 여러 민형사상 문제에 휘말리며 구치소에서 머그샷까지 찍는 불명예도 경험했다.     결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구호는 말뿐이었다.   갑진년인 올해는 세계 76개국에서 전국 규모의 선거가 치러지는 소위 ‘슈퍼 정치의 해’라고 한다. 유능한 정치인을 선택하기 위해 전 세계 유권자 40억 명이 귀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해다.     훌륭한 정치인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말’ 보다 그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유권자들이 말보다는 마음이 훌륭한 정치인을 선택해 올해가 세계 평화와 번영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권영무 / 샌디에이고 에이스 대표발언대 미국 건국 정신 대통령 선거 청교도 정신

2024-02-11

[FOCUS} ‘노 레이블스’ 독자후보 추진, 바이든 캠프 비상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정계가 초유의 하원의장 축출 사태 등 극단적 진영 대립으로 인한 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2024년 11월 5일 치러질 선거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리턴매치가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중도주의를 표방하는 정치단체인 ‘노 레이블스’가 내년 선거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음을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의 리포트로 알아본다.   제3후보, 바이든 패자로 만들 가능성   2008년 11월 4일 제44대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가 승리했다. 흑인 대통령 탄생이란 사상 초유의 상황에 당황한 미국의 우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대중이 스스로 결성한 우파 시민정치조직인 티파티(Tea Party)가 출현했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의 첫 중간선거에서 티파티는 자신들의 영향력으로 60여명의 하원의원을 당선시켰다. 티파티 의원들의 목표는 흑인 대통령 오바마 행정부가 어떠한 정치적 성과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공화당 내 우파 의원들의 강한 목소리는 민주당의 중심을 왼쪽으로 이동시키는 ‘좌클릭’ 작용을 했다. 공화, 민주 양당의 중도파 의원들이 급격하게 감소되어 연방의회에 당파적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공화당의 가파른 우경화를 염려하는 자본가들의 분위기를 눈치챈 민주당의 중도우파계 활동가들은 중도주의(Centrism)와 양당주의 슬로건 아래 모였다. 정치자금 운영의 귀재로 소문난 낸시 제이콥슨이 앞장서 중도주의와 양당주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시민정치조직 ‘노 레이블스(No Labels)’를 설립했다. 노 레이블스는 자금을 모아서 선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허용되는 초당적 비영리 시민단체다.     노 레이블스를 만든 제이콥슨은 오랫동안 민주당 내 모금책으로 큰 성과를 낸 정치활동가로, 1984년 민주당 대선경선에서의 게리 하트 캠페인을 이끌었고 1991년엔 빌 클린턴의 캠프에서 선거자금을 모으고 운영한 책임자였다. 클린턴 재임 동안 민주당의 재정을 총 관리하면서 민주당의 중심을 진보적인 북동부에서 남부지역 중도계 쪽으로 이동시켰고, 클린턴 계보인 민주지도자회의(DLC:Democratic Leadership Council)를 조직한 핵심이기도 하다.     노 레이블스는 돈의 중심인 뉴욕 맨해튼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조직의 취지에 동의하는 기업가들을 동원해 정치자금을 만들고 양당주의와 중도주의에 동의하는 후보를 지원해 하원에 입성시키는 일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2년 선거에서 10여명을, 2016년 선거에서는 20여명의 후보를 당선시켰다. 노 레이블스는 공화당에 가까운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에 가까운 공화당 의원을 보완해 하원 내에 초당적 그룹인 문제해결위원회(PSC·Problem Solvers Caucus)를 하원 내에 조직했다. 2017년 출범한 PSC는 양극화 현상이 극심해진 지금의 정치 현실에서 그나마 의회가 돌아가도록 양당의 접점을 만들고 있다. PSC는 민주·공화 30명씩 6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민주·공화 각 한 명씩의 공동의장제로 운영한다. 현재 민주당 공동의장은 뉴저지 출신의 조시 고트하이머 의원이고 공화당 공동의장은 펜실베니아 출신의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의원이다. 한인 재선 의원인 영 김 의원도 이 위원회 소속이다.   수퍼화요일 이후 후보 내기로   1년 앞으로 다가온 2024년 대선에서 노 레이블스는 독자 후보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선에서 제3의 후보는 종종 있었다. 1992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후보가 경쟁했을 때 로스 페로가 제3의 후보로 등장했다. 그는 예상을 깨고 전국적으로 2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주로 공화당 지지층이 로스 페로 쪽으로 이탈한 것이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실패 원인이었다. 2000년 선거에서도 제3 후보가 승패에 영향을 끼쳤다. 공화당 후보는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 민주당 후보는 고어 부통령이었고 제3 후보는 환경운동가인 랠프 네이더였다. 네이더가 300만 표 이상을 획득해 민주당 표를 끌어간 것이 고어가 근소한 차이로 패한 원인으로 꼽혔다. 매번 대통령선거 때마다 제3 후보의 등장이 비상한 주목을 받는 것은 이런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6일 워싱턴 DC의 노 레이블스 사무실에 4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을 비롯해 전직 상·하원 의원, 이제 막 출범한 바이든 대통령 재선 전략팀원들, 그리고 민주당의 최고 캠페인 전략가들이 참여했다. 민주당 계열의 인사들뿐만 아니라 2020년 선거전에서 반트럼프 운동을 추진한 공화당 내 링컨 프로젝트(Lincoln Project) 대표, 네오콘의 거두로 위클리 스탠더드 발행인을 역임한 빌 크리스톨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의 관심은 노 레이블스가 제3의 대통령 후보를 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보좌관들과 민주당 전략가들은 2024년 대선전이 트럼프와 바이든의 리턴매치가 될 경우 제3의 후보가 바이든을 패자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2024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에게 점점 더 바이든의 나이가 심각하게 소환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저명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지난 9월 12일자 워싱턴포스트에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에 다시 출마해서는 안 된다”라고 썼다. 그 첫 번째 이유가 그의 나이다. 이그나티우스의 주장은 간곡하고도 강력하다. 새로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7%가 바이든이 4년 더 임기를 추구하기에는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으로만 좁혀도 69%가 같은 답을 했다.     바이든은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백악관의 반복적인 발표가 있어도 여론은 부정적이다. 바이든-해리스 팀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이 수면위로 확산되자제3후보를 내겠다는 노 레이블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노 레이블스는 내년 3월 5일 수퍼화요일 이후에 후보를 낸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의 확고한 친기업적 입장으로 인해 벌써부터 대선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는 소문이다. 바이든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노 레이블스가 선거판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동석 /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독자후보 레이 민주당 대선경선 대통령 선거 오랫동안 민주당

2023-11-05

[워싱턴 읽기] 2024년 대통령 선거에 ’또 트럼프‘인 이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대통령 선거는 누가 봐도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해 보였다. 비대면 선거운동만 가능해 트럼프는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표 방식도 우편투표였다. 당연히 투표율 상승이 예상됐고 이는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유권자는 민주당보다 숫자는 적지만 투표 참여율이 높고, 민주당 유권자는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선거마다 민주당의 캠페인 목표는 투표율을 높이는 일이다.     팬더믹 상황에서의 우편투표는 등록된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보내고 우편으로 수거하는 방식이었다. 트럼프가 주장하고 있는 부정선거란 바로 그 우편행정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50% 중반이 평균치인데 2020년 대선은 67%를 기록했다. 역사상 최고의 투표율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우편투표가 아니었으면 조 바이든이 이길 수 없었던 선거라고 말하는 이유다.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 전략은 지지층 결집을 통한 바람몰이였다. 국정운영의 성과를 평가받는 방식은 자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내편과 네편’으로 나누기만 하면 신기할 정도로 각종 SNS가 자동으로 범보수주의 우파를 공화당으로 결집했다.     트럼프는 재임 중 3명의 대법관을 보수주의자로 임명했다. 숫자상으로 다수이고 투표율과 결집력이 가장 높은 기독교 우파들이 트럼프의 대법관 구성에 열광했다. 그들의 반세기에 걸친 목표였던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 시대를 트럼프가 만들어냈다.     세계적인 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아들인 프랭크 그레이엄 목사는 재선에 나선 트럼프 지지 집회를 이어갔으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트럼프에게 하늘의 축복을 빌기도 했다.  남부 침례교단은 트럼프를 위한 기도회를 추진하고 모금 운동을 펼쳤다. 미국 기독교연맹 회장인 랠프 리드는 트럼프의 재선만이 기독교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집권 4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바닥을 면치 못했지만 지지층은 결집이 되었다.     2020년 10월2일,  선거를 코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선거운동에 비상이 걸렸다. 주치의의 의견을 무시한 채 트럼프는 격리 치료를 받던 군 병원에서 거의 탈출하다시피 했지만 가장 중요한 선거운동 기간의 열흘을 잃어버렸다. 이때의 열흘이라는 시간은 그 이전의 열달과 맞먹기 때문에 트럼프 캠프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당시 트럼프 캠프는 5개의 경합주(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를 직접 순회하면 우편투표 방식이라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트럼프는 병원서 뛰쳐나오자마자 이들 5개 경합주 가운데 플로리다를 집중적으로 방문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반면 펜실베이니아는 1.1%p, 조지아는 0.7%p, 위스콘신은 0.6%p, 애리조나는 0.4p% 차이로 졌다.)     트럼프 지지층의 결집은 성공적으로 평가되었다.  트럼프는 선거에서 패했지만 2016년도에 비해서 1000만표 이상 더 얻었다. 공화당 대선후보로는 역사상 최다득표였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자 워싱턴DC에서 범 보수주의 세력의 비상 회의가 소집됐다. 이때 국가정책위원회(CNP)라는 단체가 나섰다. 국가정책위원회는 미국 보수주의 거물들의 모임이라는 정도만 알려졌지 회원이나 운영 방식은 철저한 비밀이었다. 일부 언론에 미국 보수주의 및 공화당 활동가를 위한 전국적 우산조직이라는 정도만 소개될 정도였다.  최근에야 일부 유출된 회원 명단을 통해 억만장자들과 유명 공화당계 정치인들, 보수우파 기독교 지도자들, 보수주의 미디어 그룹 소유주들, 퇴역 장성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재선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이들이 황급하게 움직였지만 조기투표, 사전투표, 우편투표 덕분에 2020년 선거는 결국 조 바이든이 당선되었다.     2009년 첫 흑인 대통령 탄생에 자극을 받은 우파들은 점점 더 결집하여 범 보수주의 정치연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2010년 ‘티파티’라는 우파들의 사회운동이 일어났고, 그들이 정치권에 진입해 반 지성적인 우파 이념으로 보수주의 공화당을 접수했다. 그들은 마침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그 기세를 몰아서 2024년 다시 백악관을 향해서 돌진하고 있다.     최근에도 국가정책위원회가 노골적으로 움직인다는 뉴스가 간간이 나온다. 본격적인 선거전으로 돌입하면서 신경이 곤두서는 이유는 ‘또 트럼프’를 용인하는 미국의 사회·정치적 변화의 흐름이 소수계인 우리에겐 거의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동석 / 한인유권자연대 대표워싱턴 읽기 대통령 트럼프 보통 대통령선거 대통령 선거 범보수주의 우파

2023-07-11

[이 아침에] ‘쉬어감이 어떠리’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일도 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우니/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감이 어떠리.’   조선 중기 명기였던 황진이의 유명한 시조다. 시조에 쓰인 ‘명월’ 은 황진이 자신의 기명(妓名)이다. 당시 출세가도를 달리는 선비였던 벽계수에게 출세를 위해 귀한 청춘을 다 보내지 말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라는 충고를 담은 내용이다.     벽계수, 즉 ‘흐르는 푸른물’ 이 서둘러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는 아름다운 산속의 벽계수로 되돌아 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번 지나간 청춘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그러니 잠간 시간을 내어서 산속에 가득찬 보름달 (명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흐르는 물처럼, 여유를 즐기라는 권고를 담은 것이다. 시조를 통해서 한번 사귀어 보자는 황진이의 유혹에, 벽계수가 호응을 해서 둘이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요즘 뉴스를 보면 이 시조에 담긴 충고를 귀담아들어야 할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출세에만 온 정신이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벌써 언론에는 대통령 선거에 누가 나서고 연방 상·하원과 각 주의 지방선거에 누가 출마하고, 누구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매일 보도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대통령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온 것이다. 정말 세월은 정신 없이 흐르는 물처럼  ‘수이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이미 후보로 나선 사람들이 있고, 곧 출마 발표를 할 인사들도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적으로도 막강한 파워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해결이 쉽지 않은 골치 아픈 이슈들이 계속 생기고, 정적들로 부터는 끊임없는 비판과 공격을 받게 되니 아마도 마음 편한 날이 많지 않을 지도 모른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높은 지위의 인사들에게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감이 어떠리’ 라는 황진이의 시조를 알려주고 싶다. 시조에 나온 ‘명월’을 재주와 미모가 뛰어난 여인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문자 그대로 초저녁 뒷동산에 둥실 떠오른 둥근달을 보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느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고일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사람들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서민들이나 삶은 도전과 시련의 연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산에 둥실 떠 오른 둥근달의 아름다움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행복의 선물이다. 황진이의 시조처럼 얼키고 설킨 어려운 문제들과, 매일의 삶에서 부딪히는 골치아픈 문제들은 잠시 접어두고, 둥근달의 아름다움을 보고 잠시라도 마음의 평화와 잔잔한 기쁨을 얻는 것은 어떨까. 김순진 ./ 교육학 박사이 아침에 대통령 선거 내년 대통령 대통령 취임

2023-05-18

[이 아침에] ‘쉬어감이 어떠리’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마라/일도 창해하면 다시오기 어려우니/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감이 어떠리.’    조선 중기 명기였던 황진이의 유명한 시조다. 시조에 쓰인 ‘명월’ 은 황진이 자신의 기명(妓名)이다. 당시 출세가도를 달리는 선비였던 벽계수에게 출세를 위해 귀한 청춘을 다 보내지 말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가라는 충고를 담은 내용이다.     벽계수, 즉 ‘흐르는 푸른물’ 이 서둘러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는 아름다운 산속의 벽계수로 되돌아 올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번 지나간 청춘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그러니 잠간 시간을 내어서 산속에 가득찬 보름달 (명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흐르는 물처럼, 여유를 즐기라는 권고를 담은 것이다. 시조를 통해서 한번 사귀어 보자는 황진이의 유혹에, 벽계수가 호응을 해서 둘이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요즘 뉴스를 보면 이 시조에 담긴 충고를 귀담아들어야 할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출세에만 온 정신이 빠져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벌써 언론에는 대통령 선거에 누가 나서고 연방 상·하원과 각 주의 지방선거에 누가 출마하고, 누구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매일 보도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대통령 선거가 내년으로 다가온 것이다. 정말 세월은 정신 없이 흐르는 물처럼  ‘수이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이미 후보로 나선 사람들이 있고, 곧 출마 발표를 할 인사들도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적으로도 막강한 파워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해결이 쉽지 않은 골치 아픈 이슈들이 계속 생기고, 정적들로 부터는 끊임없는 비판과 공격을 받게 되니 아마도 마음 편한 날이 많지 않을 지도 모른다.     대통령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높은 지위의 인사들에게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감이 어떠리’ 라는 황진이의 시조를 알려주고 싶다. 시조에 나온 ‘명월’을 재주와 미모가 뛰어난 여인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문자 그대로 초저녁 뒷동산에 둥실 떠오른 둥근달을 보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느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고일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평화가 필요한 사람들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서민들이나 삶은 도전과 시련의 연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산에 둥실 떠 오른 둥근달의 아름다움은,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행복의 선물이다. 황진이의 시조처럼 얼키고 설킨 어려운 문제들과, 매일의 삶에서 부딪히는 골치아픈 문제들은 잠시 접어두고, 둥근달의 아름다움을 보고 잠시라도 마음의 평화와 잔잔한 기쁨을 얻는 것은 어떨까     김순진 / 교육학 박사이 아침에 대통령 선거 내년 대통령 대통령 취임

2023-05-09

[위성턴 읽기] 윤 대통령 의회연설에 바라는 기대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킨 바락 오바마에게 필자도 열광했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에 꽂힌 것도 있지만 그의 친근감 있으면서도 엄숙한 리더십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더구나 그의 지적 역량이 바탕이 된 관대함을 가까이서 본 필자는 그를 따라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최대한 그의 가까이 갔다.     아이오와주 경선이 막 끝난 그해 2월 한국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다. 필자는 오바마 후보(당시는 연방상원의원)에게 한국의 새 대통령 취임 축하 전문을 요청했다. 당시 필자는 미주 한인들의 정치력을 결집하는 일에 애를 쓸 때였고, 이를 위해 유대계 커뮤니티의 정치력 신장 방법을 열심히 배우던 시기였다.     오바마 캠프에 의견을 냈다. 그리고 ‘미국 내 200만 명 이상의 한국계 미국인들(Korean American), 그리고 한국에 있는 10여만 명의 미국 시민권자들 때문에 한국은 미국에 대단히 중요한 나라’ 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만들어 전달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나라’라는 과거의 그것과는 내용적으로 차원이 다른 메시지였다.     한국과의 관계는 미국의 국익과 관계없이 손해를 보더라도 많은 미국 시민의 생명과 관계된다는 논리로의 전환이었다. 만약 미국이 국익에만 주목한다면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택하지 않고 산유국인 아랍권 국가들을 택했을 것이다. (미국 내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을 미국 국익과 연계하지 않고 미국 시민의 가족이 거주하는 국가라고 규정하고 강조한다)  미국 내 한인들은 민족의 성원으로서 그 자체가 막중한 실존적 가치를 갖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급성장으로 세계 정치 무대에서 미국의 주도권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지구촌은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인간의 문명이 막 바뀌는 때에 또 다른 힘의 논리에 의해서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지금도 역시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등장하고부터 워싱턴DC에서는 미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려는 국가 간의 경쟁이 매우 뜨겁다. 워싱턴DC 현장에선 그것이 더 잘 보인다.     다른 국가 정부들이 미국 정치권에 어프로치 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낯 설은 방식으로, 그리고 매우 과감해졌다.     과거나 지금이나 세계 각국 정상들이 워싱턴DC를 방문하면 꼭 하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의 연설이다. 연방의회 지도부는 세계적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워싱턴DC를 방문하면 의사당으로 초청해 연설을 듣는다. 이는 여당과 야당이 합의해야 성가 가능한 일이다.     다음 주에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의 연설이 확정되면서 말 그대로 완벽한 국빈방문이 됐다.     윤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성사에는 캘리포니아주 출신 영 김 연방하원 의원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인 영 김 의원의 노력 없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야당(아미 베라 인도·태평양 소위원회 간사)을 설득했고, 마이클 맥콜 하원외교위원장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움직였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지난 4월6일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대표와 찰스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 등 4명이 공동 서명한 초청장을 주미 한국대사관에 전달했다.     한국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이번이 7번 째다. 필자는 2011년 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2013년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서 거의 10년 만에 또 한국 대통령의 연설을 의사당에서 직접 듣게 되었다.       이제 관심은 윤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쏠려있다. 윤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여야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려면 미국에서 살아가는 250만 명이 넘는 미주 한인들의 노고를 언급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미국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한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특별히 미군으로 세계 각지의 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한국계 미군들의 고귀한 희생과 유가족들에게 최고의 경의를 표합니다” 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까. 김동석 / 한인유권자연대 대표위성턴 읽기 의회연설 대통령 대통령 취임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선거

2023-04-18

[워싱턴 읽기] 루스벨트를 알면 바이든 선거가 보인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을 4번 지낸 유일한 인물인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처음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1932년 1월이다. 그는 뉴욕 주지사로 재임하면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공황 시대를 맞아 주 차원의 구호 프로그램인 산업보험, 자연보호 관련 일자리 창출 등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추진한 ‘뉴딜플랜’의 진원지는 그래서 뉴욕이다.     루스벨트는 뉴욕 주지사를 연임하며 최고의 주지사란 평가를 받았고 마침내 193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다. 그리고 당시 최악의 지지율로 허덕이던 허버트 후버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대공황으로 고통받던 국민에게 국가주도로 이른바 ‘뉴딜정책’을 성공시킨다. 1935년 여름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되는 덕분에 1936년 재선에 성공했다. 1939년 2차 세계대전 발발로 전시 지도력(군수산업)을 발휘해서 1940년 3선 대통령이 되었다. 재선까지만이라는 조지 워싱턴의 전통을 깼다.       루스벨트는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태평양전쟁을 수행하면서 1944년 4선 대통령에 도전했다. 전시에 인기가 있었고 심각한 반대 없었다. 루스벨트의 진보적인 사회.경제 정책에 회의적인 사람이 늘고 있었지만 루스벨트를 반대하는 계파는 없었다. 다만, 루스벨트의 건강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 가장 심각한 일이었다. 측근들과 당 지도부는 루스벨트의 4선 도전 의지가 워낙 강해서 그의 승계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루스벨트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1년 이상 살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부통령인 헨리 월레스가 대통령직을 승계하기엔 그가 너무나 진보적이어서 매우 위험하다고 보았다. 루스벨트 대통령도 그러한 우려 때문에 월레스에겐 알리지 않고 측근들에게 부통령 후보를 교체할 것을 내락했다.     측근들은 미주리주 출신의 재선 상원의원인 해리 투르먼을 후보로 내세웠다. 1944년 7월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는 루스벨트를 만장일치로 대통령 후보로 추대한 후 부통령 후보 선거에서 진통을 겪었다.  1차 투표에서 현직인 월레스가 429대 319표로 이겼지만 과반수를 채우지 못했다. 2차 투표에서는 트루먼이 1031대 319표로 이겨 부통령 후보가 되었다. 민주당의 루스벨트 팀은 그해 대통령 선거에서 대승했다. 측근들의 예상대로 루스벨트는 취임 석 달 만에 급사하고 트루먼이 33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경선이 없을 듯 보인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의회연설과 화려한 폴란드·우크라이나 방문은 분명히 재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일이다. 이번 달 초 대통령의 주치의는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공화당은 바이든이 고령으로 스스로 몸 간수하기도 어려운 상태이고 정신적으로도 결함이 있다며 네거티브 캠페인을 할 태세다. 공화당의 이런 공격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이 먹혀들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원들조차 바이든의 나이와 건강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1942년생인 바이든은 취임 시점에서 이미 최고령 대통령이 되었고 첫 임기를 마치면 82세로 첫  80대 대통령이란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직이 또 출마할 것을 결심하면 어떻게 할 방도는 없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가장 존경한다고 밝힌 바이든에겐 더욱 그렇다. 건강상 문제에도 불구 4선에 성공한 루스벨트는 그의 4번째 임기가 시작된 지 82일 만에  63세의 나이로 숨졌다.     루스벨트는 4선 도전 훨씬 전부터 건강에 적신호가 왔다.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침실에 틀어박혀 있어야만도 했다. 심부전을 치료하지 않으면 1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작다는 진단에도 불구  그는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당시 차기 부통령에게 국가를 이끌 좋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그래서 민주당은 부통령 후보에 더 공을 들였다. 당시엔 부통령 후보도 대통령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의원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33대 해리 투르먼 대통령이 취임했다.      요즘 워싱턴의 정치 전문가들 입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탄생한 과정에 주목하라는 뜻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측근들은 오히려 승계 문제에 집중해서 부통령 후보를 더 신중하게 따져보는 일이 이 딜레마를 다루는 현명하고 설득력 있는 방법이 아닐까? 김동석 / 한인유권자연대 대표워싱턴 읽기 루스벨트 선거 루스벨트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선거

2023-03-08

바이든 대통령, 정부지출안 서명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2~2023회계연도 연방정부 지출안에 서명했다.   29일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 크로이섬에서 휴가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 법안에 서명했다.   법안은 이달초 양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이 정한 수준에 부합하는 국방예산 8580억 달러, 백악관이 요청했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위한 400억 달러, 허리케인·홍수·산불 등 자연재해 지원에 대한 400억 달러 등이 포함됐다.   또 국립보건원에 475억 달러,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92억 달러, 바이든 대통령의 의제 중 하나인 암 퇴치 연구에 15억 달러 등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주목을 받았던 선거개표개혁법안도 포함됐다. 법안은 대통령 선거 이후 1월초 당선인 인증 절차에서 부통령의 역할을 순전히 의례적이라는 점을 명시해 인증을 유예하거나 뒤집을 권한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중국의 동영상 공유사이트 틱톡 사용 금지, 팬데믹 대비 태세 강화, 일부 의료 보장 연장 등을 위한 법안 처리 방안이 포함됐다. 심종민 기자 shim.jongmin@koreadailyny.com정부지출 대통령 대통령 정부지출안 대통령 선거 자연재해 지원

2022-12-30

[중앙 칼럼]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

‘윤핵관’이라는 단어가 한국 언론에 다시 기사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의 핵심 관계자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인사권 행사에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는다. 대통령 선거 막판과 윤 대통령 취임 초기에 윤핵관의 존재와 갈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후 잠잠해지는 듯하더니 이번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이 공식 비대위 만찬에 앞서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 4명을 관저로 불러 당무를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이를 두고 국민의 힘 당내에서는 “지도부 위에 윤핵관이 있다”라는 말까지 나돈다.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 4인방’이 지도부 만찬보다 3일 앞서 부부동반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회동했다. 윤 대통령이 당의 공식 지도부보다 윤핵관을 먼저 만나 이 자리에서 당무까지 논의했다고 하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대통령의 측근 정치는 그들을 이르는 용어는 다르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단체보다는 이른바 심복으로 불리는 개인에 크게 의존했다. 이기붕, 차지철, 김형욱, 이후락, 박종규 등이 그런 측근들이다. 이후에는 하나회(전두환), 월계수회(노태우), 민주산악회(김영삼), 인동회(김대중), 청맥회(노무현), 영포라인(이명박), 왕차관(이명박), 비선실세(박근혜), 문고리 권력(박근혜), 부엉이 모임(문재인) 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코드 정치라고도 부르는 이런 측근 정치는 권력자가 자신의 뜻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과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측근 편중으로 인한 폐해가 더 많아져 정부에 ‘아유구용(남에게 아첨하며 구차하게 행동함을 뜻하는 고사성어)’ 무리만 끌어들이는 경향도 많이 나타난다. 실제로 이들은 거의 모든 정권에서 인사와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결과를 보였다.   측근 정치는 왕정 시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과거나 현재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권력자는 자신이 나서지 않고 대신 말하고 행동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대신 그 측근들은 권력자의 뜻을 헤아리고 앞장서면서 자신도 무소불위 권력의 맛을 누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희생양으로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권력자의 측근 중에는 간신도 있지만 분명 충신도 있다. 윤 대통령의 윤핵관들은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금으로선 쉽게 예단 할 수 없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는 제목의 책이 있다. 책 표지에 거친 글씨체로 표지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간신이란 단어가 한자로 크게 내려 쓰여져 있고 신하 신자의 가운데 공간에 “간신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인쇄돼 있던 기억이 새롭다.  간신은 필요악인 셈이다. 측근이 모두 간신은 아니지만 간신은 모두 권력자의 측근이었다.   중국 한나라 시대에 활동한 유향은 해로운 신하를 여섯 유형으로 분류했다. 구신, 유신, 간신, 참신, 적신, 망국신으로 나눴고 이를 육사신이라 부른다.   이중 유신은 군주의 말과 행동은 모두 옳다고 말하며, 은밀히 군주의 좋아하는 바를 알아내 권함으로써, 군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비굴하게 비위를 맞춰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하며 그 후에 오는 해악은 아랑곳하지 않는 신하다.     간신은 “속마음은 음험하고 외모는 소심하며 교묘한 말을 하고 안색은 선량한 척하지만 어진 사람을 질투하고, 천거하려는 인물을 장점만 밝게 하고 악은 숨기며 물리치려는 사람은 단점만 드러내고 장점은 숨긴다”고 한다.     권력자는 특히 이 두 부류의 신하를 더 경계해야 한다. 권력자가 어떤 신하를 중용하고 귀를 기울이는가에 따라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기도 하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 칼럼 권력 간신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취임 대통령 선거

2022-12-06

[삶의 뜨락에서] 감투와 모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합니다. 좀 못난 사람이라도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주위에서 보좌를 잘해주면 큰일을 할 수도 있고 남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업적을 이루어 낸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지 자리가 사람에게 맞지 않으면 당사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불행해집니다. 우리는 지위를 감투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감투를 쓴다고 합니다. 감투가 머리보다 아주 작으면 맞지 않는 감투를 쓴 머리가 아플 것이고 감투가 너무 크면 머리를 전부 가려서 앞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는 단종이 임금이 되었을 때 그는 어린애였습니다. 정치는 물론 처신을 할 줄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전국옥쇄를 가지고 호두를 까먹었다고 하니 나이 많은 삼촌 수양대군이 한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수양은 단종의 지위를 빼앗고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강화도에서 소를 치던 소년으로 있다가 왕이 된 철종은 나라를 어찌 다스릴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왕을 제쳐놓고 당파 싸움에 정신이 없었고 나라는 기울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언제인가 해양부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여자가 해양부 장관이 되었고 그는 국회로 불려 나가 호된 망신만 당하고 얼마 있다 물러났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대통령이 무식하다느니 교육과 경제를 모른다느니 하는 말들을 합니다. 물론 대통령이 모두 잘 알면 좋겠지요. 그러나 누가 국방, 경제, 교육, 사회, 사법을 모두 알겠습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대통령을 계획했던 김영삼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도 모든 부분을 알지 못했고 어떤 대통령은 교육부 장관을 잘못 뽑았다고, 어떤 대통령은 경제 부총리를 잘못 뽑았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두환 대통령은 권력 투쟁을 했다고 비난을 받지만, 정치를 잘못했다고 비난을 별로 받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많은 전문가와 많은 인재를 뽑은 것이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고 했지만, 그의 인사는 그의 말처럼 잘 안 되어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나라의 일만이 아닙니다. 어떤 기관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기관이나 최고의 자리에 앉으면 많은 아첨하는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그리고 Richard Stingel 의 말처럼 아첨하는 소리를 들을 때 우리 몸에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아첨하는 소리 때문에 그 소리에 맞는 인사를 하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기가 힘이 들고 그 역량을 발휘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오래전에 제가 근무하던 대학병원에 밑의 사람에게는 가혹하고 오만하며 부정을 하던 과장이 병원장이 출근하는 길목에 서 있다가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하며 아첨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일 처럼 원장이 출근하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장은 그의 아첨이 기분이 좋았던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그를 두둔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원장이 자기가 속은 것을 알았지만….     모자를 쓰는 여자, 남자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여자들은 모자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고 멋이 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여자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자들도 험프리 보카드처럼 모자가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안소니 퀸처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감투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어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제갈량처럼 승상에 어울리는 사람도 있고 유선처럼 제왕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있고. 이용해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감투 모자 김영삼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대통령 선거

2022-12-05

[기고] 부정선거 억지는 이제 그만

세계적 관심을 끈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되어 간다. 그러나 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곳이 있었으니 애리조나주의 코차이스카운티(Cochise County)다.   사정은 이러하다. 애리조나주 동남쪽에 위치한 코차이스카운티는 인구 12만명으로 78%가 백인이라 공화당 표가 많이 나오는 지역이다.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가 상하원의 인증절차를 통해 공식화된 것처럼, 카운티의 선거도 대표자인 수퍼바이저 위원회(board of supervisors)에서 인증(Certify)을 해야 선거집계 결과에 공식 포함이 된다.   그런데 수퍼바이저 5명 중 2명이 선거 한 달이 되도록 인증을 거부한 것이다. 5명은 공화당이 4명, 민주당 1명인데, 이중 공화당 2명이 인증을 거부함에 따라, 이 카운티의 5만여표 전체가 공중에 뜬 상태다. 이들은 투표기기 시험 인증이 미흡하고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혹이 있으므로, 수작업 개표를 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애리조나주에서 선거에 불복하는 후보들은 또 있다. 공화당 소속의 캐리 레이크 주지사 후보도 선거결과에 불복하고 카운티 선관위를 고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그는 민주당 후보에게 2만표 정도의 차이로 패배했다. 애리조나주 매리코파카운티 투표소 일부에서 기기 오작동 문제로 투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현지 법원은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공화당의 투표시간 연장 요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차이스 카운티의 인증거부는 특정 정당의 당파에 따른 전형적인 선거 불복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적이고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코차이스카운티의 5만여표가 뒤집어질 경우 주지사, 법무장관 등 민주당이 이긴 선거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일부 정치세력의 속셈이다.   이같은 선거 불복에 대해 비영리단체 ‘올 보팅 이즈 로컬(All Voting Is Local)’의 알렉스 구롤타 국장은 “순조롭게 진행된 선거 결과를 몇몇 정치인들이 거짓 이유를 들어 무효로 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리조나 선관위의 태미 패트릭은 “선거에는 언제나 실수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이에 대비해 선관위는 플랜B, C를 공식적으로 수립해 선거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문제없이 진행된 선거에서 작은 실수 하나를 들춰내 선거 결과 전체를 뒤집으려는 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차이스카운티의 선거 불복은 결국 코미디로 마무리됐다. 주법상 12월 5일까지는 선거 결과가 인증돼야 하는데, 지연에 참다못한 애리조나주 국무부가 지난 11월 28일 코차이스카운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코차이스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는 변호사를 고용해 소송에 대응해야 하나, 변호하겠다는 변호사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카운티의 고문변호사조차 변호를 거부했다. 12월 1일  변호사 없이 법정에 출석한 카운티 대표는 선거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설명조차 하지 못했다. 캐시 맥긴리 판사는 “오늘 안으로 선거결과를 인정하라”고 명령했다. 결국 재판이 끝나자마자 공화당 수퍼바이저 1명이 결석한 채로, 나머지 수퍼바이저 4명이 투표로 선거결과를 인증했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행시킨 선거부정 음모론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발동해 반역자들을 처형할 것이라는 Q아논(Qanon) 음모론은 한때 한인사회 카톡방과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퍼졌지만 이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내가 지면 선거부정”라는 억지는 이제 한국이나 미국에서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부정선거 억지 대통령 선거 선거 불복 선거집계 결과

2022-12-05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중간선거

중간선거가 열흘 가량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미 조기투표는 시작됐고 선거 광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가 없는 중간선거로 전국적으로 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주지사 선거를 통해 주정부를 이끌 정치 지도자를 선출하기에 선거 결과에 따라서 향후 세금 정책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 큰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주지사와 함께 연방 상하원, 주 상하원, 총무처, 재무관, 감사관, 주대법관 등의 선출직을 선택하게 된다. 또 주민투표를 통해 주 헌법 개정안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하게 된다.     막상 투표장에 가서 투표용지를 받아들게 되면 어떤 후보를 고를지 망설이게 된다. 지지 정당 후보에 먼저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어떤 후보가 출마를 했고 주요 정책과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 과거 행적 등을 미리 살펴보는 것 또한 유권자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사항들이다.     언론에서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 지지 후보를 발표하고 있다. 각 언론 매체의 입장과 논조에 따라 지지 후보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는지를 유권자들이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트리뷴의 경우 JB 프리츠커 주지사의 재선을 지지했다. 주민투표의 경우 노조의 단체 교섭권을 더욱 확대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반영됐다는 뜻에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프리츠커 주지사에 대한 트리뷴의 평가는 그가 코로나19 팬데믹을 비교적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점에 후한 평가를 내렸다. 비록 그의 정치적인 선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팬데믹 기간 중에 나타난 리더십은 인정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는 프리츠커 주지사와 함께 공화당 후보 대런 베일리 주 상원의원과 스캇 슐터 후보도 출마했다.     연방 상원 선거는 아시안계인 태미 덕워스 현 의원이 여론조사 결과 여유 있게 앞서고 있고 다수 언론사로부터 지지 선언을 이끌어 냈다.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로도 지명 가능성이 높았던 덕워스 의원은 최초의 장애인 연방 상원으로, 재임 중 신생아를 출산한 어머니로, 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전역 군인 등을 위한 각종 법안을 추진하면서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덕워스 의원이 재선에 선출되는 것은 연방 의회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하는지를 좌지우지하는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에 따라 향후 국정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대선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인들에게는 중요한 이민법과 총기 규제, 낙태 등 주요 이슈가 어떻게 처리될 지에도 관련이 깊기에 선택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연방 하원 선거의 경우는 지역구가 달라진 유권자들이 상당수다. 2020년 인구 조사와 이에 따른 일리노이 하원 의석수의 축소로 인해 기존 18석에서 17석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최소 한 명의 현역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는 현재 다수당인 민주당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유지하느냐가 관심거리다. 지난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13석, 공화당이 5석을 확보했었다.   한인들의 다수 거주하고 있는 지역구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무난하게 재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지구의 라자 크리스나무디, 9지구의 잰 샤코우스키, 10지구의 브래드 슈나이더 의원 등이다. 세 의원 모두 한인 사회에 관심이 많고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이 가는 직책은 주 총무처다. 제시 화이트 장관이 오랫동안 재임하면서 그간 선거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올해는 그가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새 후보들이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총무처의 큰 업무 중에 하나인 면허시험장 운영에 관한 변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면허시험장 하면 항상 방문할 때마다 긴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이 우선 떠오른다. 팬데믹 기간 중에는 그 불편이 더했다. 리얼 아이디를 새로 발급받기 위해 면허시험장을 찾았을 때의 불편함과 비효율성이 아직도 뇌리에 깊게 남아 있기 때문에 이번 총무처 장관 선거에서는 소속 정당과는 상관없이 효율적이고 편안한 행정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 당선되기를 바란다.     다행히 알렉시 지아눌리아스, 댄 브래디, 존 스튜어트 후보 모두 총무처 서비스 개선을 약속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주재무관과 감사관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많은 유권자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직책에 적합하고 충분한 관련 경력을 쌓은 후보가 소속 정당의 차이로 인해 표를 받는 것보다 옳은 선택일 것이다. 아울러 주정부의 국정 운영을 책임질 주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보다 안정적인 재정 정책을 쓰는 후보를 지지한다. 사실 일리노이 정부는 다른 중서부 지역에 비해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상대적으로 튼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안전망은 유지하되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선심성 감세 정책은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중간선거 투표율은 대선 투표에 비해서 낮게 나온다. 하지만 주지사와 주민투표 등 우리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올 정책들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11월 8일 중간선거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중간선거 주지사 선거 대통령 선거 지지 후보

2022-10-26

[워싱턴 읽기] 워싱턴의 위기

미국은 2008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선출했다. 대선 직후 여론은 두 가지로 갈렸다.  망가진 정치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던 반면, 마지못해 인정하는 냉소와 경멸도 있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희망은 순간이었고 냉소와 경멸은 조롱과 멸시로 걷잡을 수 없게 퍼졌다.     오바마에게 패한 공화당의 존 맥케인이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을 걱정스럽게 불렀다. 그는 “우리 선거에 해악을 끼친 극우파 정치꾼들이 당신에게 몰려올 것이다. 거기엔 우파 미디어와 무식한 자산가들, 그리고 극단적인 행동파들도 있다. 당신을 공화당의 미래라고 부추기면서 보수주의의 기수로 만들어 준다고 할 것이다. 절대 그들에게 넘어가지 마라”고 신신당부했다.  맥케인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보수 우파들의 반지성적 네거티브 공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맥케인은 페일린에게만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고 자신이 속한 공화당에도 그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페일린은 극우파 정치운동가들과 바로 결합했다. ‘검은돈(dark money)’로 불리는 극우 기업인 찰스 코크(Charles Koch)가 뒷돈이었다.     보통 시민들의 분노를 이용한 공화당과 보수집단의 정치 운동인 ‘티파티(Tea Party)’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작은 정부, 적은 세금, 국가채무 감축과 같은 기존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복했지만 큰 차이가 있다. 티파티는 그것을 비타협적 절대 원칙으로 삼았다. 티파티의 목적은 정책(아젠다)이 아니고 싸움(상대공격)이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첫 중간선거(2010년)에 적극 개입했다. 지지 후보와 반대 후보를 공개적으로 공표하면서 보수 유권자들을 독려해 극우 성향의 인물들이 대거 연방상원과 하원 의원에 당선됐다. 불과 2년 전인 2008년 대선에서 대통령, 상·하원 그리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두었던 민주당은 완벽하게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1948년 이래 공화당의 최대 승리였다.     티파티는 출발과 함께 놀라운 성과를 거두면서 연방의회 내에 독자적인 계파를 형성했다. 비타협적 강경 보수 노선을 내세우면서 우파의 법안 발의와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GOP라 불리는 전통 보수주의 정당인 공화당이 망가지는 시작이었다(보수 정치철학을 가진 훌륭한 공화당 중진들이 대거 탈락했다).  티파티는 2010년 선거 성공에 이어 2012년 오바마가 재선된 해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티파티가 주도하는 공화당은 민주당과의 타협이 없었고 이와 같은 공격적 비타협성은 연이은 정치적 성공에 힘입어서 더욱 강경하고 완고해졌다.(반대만하면 된다가 오바마 정부 당시 공화당의 전략이었다). 공화당은 티파티가 주도했다. 2013년 정부예산안을 거부했고 급기야 연방정부가 문을 닫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비난 여론이 쏟아졌고 결국 2014년 선거에서 티파티 출신들이 연이어 낙선, 의사당을 떠났다. 티파티의 수명이 끊어지는가 했다. 그러나 의회를 떠난 이들은 지지자를 이끌고 트럼프 주변으로 몰렸다. 2016년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변방의 출마자로 취급됐던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됐고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공화당이 극우 극단주의자들에게 점령당한 기원을 따져보면 ‘흑인 대통령’에 저항하는 티파티 이전에도 있었다. 1994년 클린턴 정부 첫 중간선거의 뉴트 깅그리치다. 그는 공화당의 중간선거를 주도하면서 민주당을 비애국정당,좌파,부패한 엘리트집단으로 몰아붙였다. 표적이 된 정치인에겐 사실과 관계없이 동성애자, 소아성애자 등의 추문을 퍼뜨리고 민주당의 중진의원들에 대한 근거 없는 모함으로 순식간에 워싱턴 정가는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대상이 됐다. 무턱대고 고발한 후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 극우 세력은 워싱턴을 도덕적으로 타락한 부패 소굴로 묘사하는 데 성공했고 그러한 분위기에서 선거를 치렀다. 오랫동안 워싱턴을 장악해 온 민주당은 부패한 기득권 집단으로 몰려 선거에서 참패했다. 나중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깅그리치를 비롯한 네거티브 전략가들이 오히려 도덕적 차원에서 거의 범죄자 수준임이 밝혀졌다. 그 직후의 선거에서는 거의 망했지만 그렇게 치른 선거 결과로 깅그리치는 워싱턴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되기도 했다.     깅그리치의 파괴 정치학은 꼭 20년 후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시킨다.  요즘 중간선거를 논평하는 전문가들이 깅그리치를 1990년의 트럼프라고 하는 배경이다. 민주당, 공화당, 그리고 트럼프당이 경쟁하는 중간선거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통의 보수정당인 공화당이 과연 갈라치기 정치집단인 극우 트럼피들로부터 회복이 가능한가가 관전 포인트다.  김동석 /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워싱턴 읽기 워싱턴 위기 극우파 정치운동가들 극우파 정치꾼들 대통령 선거

2022-10-04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사망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비에트 연방(소련) 대통령이 사망했다고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91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 임상병원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오랜 투병 끝에 이날 저녁 사망했다”고 밝혔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소련의 첫 대통령이자 전 공산당 서기장으로 전체주의적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듬해 동서독 통일을 사실상 용인해 서방에서 냉전 해체의 주역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재임했던 1985년부터 1991년까지 6년 동안 그는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과 협력해 철의 장막을 걷어내고 세계 정치환경을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는 데 영향을 미치며 ‘고르비’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확고하지 못했던 리더십과 경제 및 정치 개혁의 실패로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갔다. 이어 날로 악화하는 경제난과 군부의 쿠데타 시도 등으로 소련은 1991년 12월 해체됐고, 고르바초프는 완전히 권력을 상실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에서는 초강대국 소련을 붕괴의 길로 이끌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대세인 가운데 심지어는 매국노로까지 불렸다.     퇴임 후에는 러시아 연방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일도 있으나 낮은 득표율로 실패했다.     올해 초에는 모스크바 외곽의 전원주택인 다차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은주 기자고르바초프 대통령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 선거

2022-08-30

[뉴스 포커스] 미국판 ‘정치 보복 드라마’ 상영될까

요즘 미국 정치권 모습을 보면 한국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전 정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슈화되고, 의원들은 중요한 민생법안 표결에도 충실히 당의 노선에 따른다. 미국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형이라는 게 차이점이라고 할까. 아무튼 한국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익숙한 일이지만 미국은 초유의 상황이라 파문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지난주가 숨 가쁜 한 주였다. 그를 향한 ‘3종 수사 세트’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시간대 별로 보면 8일 마라라고 자택 압수 수색이 진행됐고,  다음 날에는 1·6 의회난입사건의 공개 청문회가 열렸다. 10일엔 자산조작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한가지씩 내용을 요약해 보면 ‘압수 수색’은 대통령 공식 기록물의 무단 반출이 이유다. 압수 수색 후 연방법무부는 최고 기밀이 담긴 특수정보(SCI) 문건 1건, 극비 문건 4건, 비밀과 기밀로 분류된 문건 각 3건 등 총 11가지 문건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1·6 청문회’는 트럼프가 패배한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에 관한 것이다. 당연히 초점은 트럼프의 관련성 여부다. ‘자산조작혐의’는 트럼프 운영 기업에 관한 것이다. 트럼프 그룹이 과거 은행 대출을 받을 때는 자산가치를 부풀리고 세금보고 때는 자산가치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이들 3종 세트 가운데 가장 정치적 파장이 큰 것은 압수 수색이다. 전 대통령의 자택 수색이라는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여기에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과 트럼프의 악연도 양념 구실을 했다. 갈런드 장관은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이 연방대법관에 지명했지만 공화당 측의 비토로 300일 가까이 인사 청문회조차 열지 못하고 끝났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보수적 인물인 닐 고서치를 지명했고 결국 그가 대법관이 됐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압수 수색 자체를 정치적 탄압이라 주장하며 지지세력 규합에 나섰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압수 수색에 대해) 보고받지 않았다”고 밝혔고 갈런드 법부장관도 “압수 수색 영장 청구는 내가 승인한 것”이라며 정치적 이슈로 비화되지 않도록 차단막을 쳤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소용없는 일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기밀서류들을 굳이 보관하고 있었을까?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지에 소개된 기사가 눈길을 끈다. 첫 번째 이유는 본인의 대통령직 수행과 관련된 것을 기념물로 보관하고 싶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사업가 출신인 만큼 서류들을 이용해 나중에 수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뭔가 감추고 싶은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강공 모드로 맞서고 있다.  그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의회 다수당이 되면 이번 일을 철저히 따질 것”이라며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관련 서류들을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할 것이며, 선거 후의 일정은 비워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다음 달에는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갈런드 법무부 장관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그는 1·6 의회난입사건 청문회에 참석 “전 대통령도 수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강한 어조로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답한 바 있다.       미국의 정치 시계는 점점 11월 중간선거로 향하고 있다. 선거 후 민주당이 다수당을 유지하면 트럼프 3종 세트 수사에도 가속도가 붙겠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11월 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 상당수가 트럼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중간선거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그나저나 ‘정치 보복 드라마’가 방영되기 시작하면 국민만 피곤해진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미국 드라마 트럼프 지지자들 대통령 선거 트럼프 그룹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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